직군이라는 허상

2025. 9. 27. · 2분 읽기

직군은 허상입니다. 체격이 크면 사냥을, 섬세하면 바느질을 맡을 수 있지만, 이는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게 아니非常之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직군을 "생산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본다면 더 유연해집니다. 직군이 아니라 목표 중심으로 일하는 것이죠. 초기 팀일수록 이 성향이 강하며, 때로는 Problem Solver나 Operator 같은 새로운 역할도 생깁니다.

Maty Cagan은 이런 팀을 "역량있는 제품 팀"(empowered product teams)라 정의합니다. 비즈니스 가치를 이해하기에 소통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직군은 업무의 메타데이터일 뿐,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고용하기도, 고용되기도 힘든 사회'일수록 자신을 가두는 틀을 깨는 카타르시스의 가치가 커집니다.

복잡한 세상에서 명확하게 사고하는 10가지 방법

2024. 7. 17. · 8분 읽기

아주 인상깊은 뉴스레터를 읽었습니다.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의역했습니다. 평소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꼭 읽어보세요.

뛰어난 지성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품으면서도 여전히 기능할 수 있다. - F. Scott Fitzgerald, “The Crack-Up”, Esquire, 1936.

고등학교 때 이 인용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 사고의 나침반이 되었죠.

제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끊임없는 생각의 수정"일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사실"은 저를 두렵게 합니다. 그래서 내 생각에 확신이 들거나, 무언가에 열광하며 깊이 몰입할 때 제 믿음과 생각을 여러 방법으로 다시 점검합니다.

이번 글은 제가 복잡한 세상에서 명확하게 사고할 수 있게하는 10가지 질문에 대해 적었습니다.

1. 모든 탐구는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학교는 우리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고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해답부터 찾게 만들었죠. 하지만 생각의 역사는 결론을 내리려는 충동에도 굴하지 않고 이해의 경계에서 춤을 췄던 사상가들을 끊임없이 조명합니다. 결론과 해답은 잠시동안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하지만 사고의 진정한 즐거움은 호기심의 기쁨을 만끽하며 수년간 한 가지 질문을 곱씹을 때 생깁니다.

2. 어떤 주제에 대한 첫 번째 의견은 불완전하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빠르게 내 입장을 밝혀야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야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때로는 조용히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사이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처음 생각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렇게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더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3. 일반화를 주의하라

불완전한 생각과 허점이 있는 의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포괄적인 주장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지나친 단순화는 잠시동안은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생각은 이렇게 되물어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어떨까요?"

결국 우리는 이 질문을 통해 가능한 모든 경우를 생각해 볼 때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고, 최대한의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100% 완벽한 아이디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런 연습을 통해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서도 깊이와 복잡성을 인식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4. 첫 번째 독서는 항상 잘못 해석된다.

저는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첫 독서 때 얼마나 잘못 이해했는지에 항상 놀랍니다. 책에서 처음 통찰을 얻었을 때 우리는 쉽게 우리의 지성을 자랑하고, 첫인상에 근거한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나이와 경험은 이런 미숙한 결론을 빠르게 반박하고, 더 미묘한 독해와 절제된 이해를 위한 공간을 만듭니다.

책에는 항상 첫 독서로는 파악할 수 없는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충분히 복잡한 책을 다룰 때는 항상 여러분이 잘못 읽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세요.

5. 혼란은 진전의 신호다

후기 현대 시대는 모호한 것을 혐오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명확하고, 이해 가능하며, 알기 쉽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사고는 언제나 긴 혼란의 시기 이후에 나타납니다. 그동안 마음은 편안한 영역을 넘어 스스로를 확장하며 낯선 생각들을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혼란을 피해야 할 것으로 보는게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 혼돈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우리 마음이 증가하는 복잡성에 익숙해짐에 따라 새로운 사고의 질서가 열리게 됩니다.

6. 사람들과 논의하기 전까지 아디이어는 항상 미친 것처럼 보인다

마음은 언제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헛소리 제조기와 같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보다 더 심오하고, 진실하며, 정의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외부의 의견을 거부하며 생각이 수정될 기회를 잃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제 아이디어를 친구들과 신뢰하는 사람들에게 털어놓아, 제가 완전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7. 때로는 당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깊은 고민없이 신념을 빌려오기 쉽습니다. 스스로를 더 덕망있고, 정의로우며, 이타적으로 보이게끔 어떤 생각을 믿는 척 하는 것은 자기 성찰을 회피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입니다.

우리는 긴 성찰 끝에, 비로소 그동안 믿어온 것들이 얼마나 낡고 시대착오적이며, 어리석었는지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거짓된 미덕의 가면 아래에서 잘못된 생각들이 자라나게 두는 것보다 가치있는 일입니다.

8. 자기 의로움을 느낄 때는 한 걸음 물러서라

우리는 분노할 때 결코 우리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했고, 우리가 의심의 여지없이 옳다는 이유를 만드는데 너무 바쁘죠.

하지만 성숙한 반응은 우리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고 고려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당신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요점은, 열린 마음을 유지하면서 반대되는 관점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9. 단순히 논점을 증명하기 위해 토론에 참여하지 마라

토론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것과 혼동하기도 쉽습니다. 우리는 옮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무런 결론도 없는 논쟁에 휘말리는 것입니다.

반면, 신중한 숙고는 자기 모순을 일으키고, 혼란스러워하며, 실수하게 만들지만 결국 실용적인 아이디어에 도달하도록 돕습니다.

10. 항상 이론을 실제에 근거시켜라

학자들은 추상에 머무르다 현실과의 괴리를 보며 분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론들은 정교해보여도, 일상과는 무관하기에 결국 시간 낭비가 되곤 합니다.

좋은 이론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직접 바꿉니다. 세부사항에만 매달리기보다, 이론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경험에 비추어 확인해야 합니다. 이론과 실제는 서로 보완할 때 힘을 가지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출처 : https://amugofinsights.substack.com/p/how-to-think-clearly-in-a-confused

계속해서 초보자가 되는 불편함

2024. 3. 24. · 6분 읽기

몇 주 전, "직군이라는 허상" 글을 올렸다. 많은 메이커분들께서 공감의 반응을 남겨주셨다.

그만큼 스타트업에는 분야와 적성을 가리지 않으며 일하는 분들이 많다. 디스콰이엇은 Operator라는 직함을 사용하는데, 한 번은 국내 유니콘의 공동창업가 한 분이 내 명함을 보시고는,

직합이 '죄다 함'이네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소위 스타트업러들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워나가야하는 상황에 자주 처한다. 그리고 언제나 초보자가 되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응용하며 직관을 쌓아간다. 어제는 노코도를 배워 제품을 만들었다면, 내일은 컨텐츠를 공부해 마케팅을 준비하고, 다음 날에는 GTM 사례를 학습해 제품을 팔아본다.

이 과정이 성공적이었다면 고객이 유입되고 제품의 유지보수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진다. 누군가는 (HR)채용을, 누군가는 투자(IR)를, 누군가는 지금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퍼포먼스 마케팅(PR)을 직접 해보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잘 모르는 상황"이 편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초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질문이 생긴다. 그럼 우리가 뛰어드는 제품과 시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진 사람을 영입해야하는걸까?

초보자가 되는 기분에 익숙한 사람

사실 직접 채용의 전과정에 참여해본 적이 없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을까 싶다. 절반이 맞는 이유는, 지닌 지식/경험 데이터가 많을수록 탐구에 필요한 시간이 감소하고 적극적으로 직관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초보자가 되는 기분에 충분히 익숙한가'라는 질문에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초보자가 되는 데 익숙한 사람은 언제나 이방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여러 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처음부터 배우고 결과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에, 무지를 마주해도 위축되지 않고 빠르게 배워나갈 가능성이 높다.

초보자가 되는 기분에 익숙한 사람이란, 항상 이방인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이전에도 여러 번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처음부터 배워가며 결과를 만들어봤으며, '무지의 기분'에 익숙한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앞으로도 무지를 마주했을 때 위축되지 않으며, 빠르게 배워나갈 확률이 높다.

또한 이런 부류의 사람은 실패를 '정보 습득의 과정'으로 인지한다. 어차피 잘 모른다면 실패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고, 중요한 것은 양질의 교훈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낙담보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배워나가면서 스스로의 직관을 키워나간다.

초보자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럼 어떻게 하면 초보자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나와 유사한 성향의 롤모델을 정하고 의사결정 기준을 모방하는 방법을 좋아하고 추천한다. 구체적으로 아래의 요소를 통해 질 높은 모방을 할 수 있었다.

1. 배우고 싶은 명확한 패턴 찾기

모든 것을 모방하려고 하면 안된다. 대부분 우리가 롤모델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은 의사결정 방식 또는 삶의 루틴과 같은 하나의 "패턴"이다. 64GB 램이 소화하던 일을 4GB 램이 소화하려 하면 과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명확한 패턴을 정의하고, 그걸 배워야한다.

2. 기질이 유사한 롤모델 찾기

롤모델을 정할 때 흔히 '업계에서 유명한 일잘러'를 떠올리며 무작정 모방을 시도한다. 이건 큰 실수다. 나도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람마다 쉽게 바뀌지 않는 기질이 있다는 점을 알았다. 만약 나랑 기질이 전혀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강점도 배울 수 없고, 나의 강점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질이 다른 것은, 다른 말로 내가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기준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누군는 직설적이고 거침없이 피드백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걸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억지로 모방하려고 한다면 인간관계도 틀어지고, 내 강점도 사라진다. 어떠한 경우에서는, 롤모델은 위험을 감수하며 기회를 잡지만, 나는 위험을 최소화하며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잘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모방하는 것은 빠르게 직관을 쌓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목표는 나의 강점을 레버리지 하기 위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모두가 초보자

인스타그램을 창업한 Kevin Systrom가 얼마 전 새로 창업한 뉴스 플랫폼, Artifact의 종료를 발표했다. 그는 발표 이후의 인턴뷰에서, '앞선 창업이 성공한 상태에서 그 다음 창업을 하는 상황'이 부담되고 어렵다는 인터뷰를 했다.

결국 모두가 '초보자 > 숙련자 > 초보자'의 순환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빠르고 즐겁게 배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적합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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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교 (William Jung)
07:08 AM $